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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고려말 문인 이조년의 시와 형제 그리고 일화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냐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뜻풀이

배꽃이 피어있는 달밤, 은하수 흘러가는 삼경에
한가닥 가지에 피어나는 봄뜻을 자규가 알겠는가마는
정이 많음도 병으로 여겨 잠 못 들어 하노라.

 

고려말의 학자이자 명신(名臣)인 이조년(李兆年, 1269-1343)은 호가 매운당(梅雲堂)인데, 유명한 시조 '이화에 월백하고'를 지은 시인이기도 합니다.

이조년은 다섯째로 그의 형은 첫째부터 차례로 백년, 천년, 만년, 억년입니다. 소년 시절 그는 형과 한강가를 걸어가다가 금덩어리를 주웠습니다. 하나씩 나누어 가진 형제는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고 있었는데 동생 조년이 금덩어리를 강물에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형이 묻자 조년이 대답하였습니다.
   "형님, 금덩어리를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 졌어요. 형님이 없었더라면 내가 몽땅 가질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형님 것을 뺏고 싶다는 충동까지 생기지 뭡니까. 그래서 황금이 요물임을 깨닫고 버렸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형도 금덩이를 한강에 던지며 "나도 너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우리 사이에 금이 갈 뻔했구나" 하고 말했습니다. 후세 사람들은 형제가 금을 던진 양천나루를 '금덩어리를 던진 여울'이라는 뜻으로 투금탄(投金灘)이라고 불렀습니다.